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행정서비스 마비

by 특이한 복지 2025. 10. 4.
반응형

 

2025년 9월 26일 밤 8시 15분,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하며 대형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곳은 정부24·모바일 신분증·국민신문고처럼 국민 생활에 직결된 647개 시스템을 호스팅하는 핵심 데이터센터였습니다. 불길은 22시간 만에 꺼졌지만 이미 전산 장비 740대가 전소됐고, 국민은 민원서류 한 장 발급하지 못하는 초유의 행정 공백 속에 놓였습니다.

 

정부 IT 인프라가 한 지점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었다는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나자, “디지털 정부의 편의성이 곧 단일 실패 지점의 거대한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관리원의 숨은 역할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보건복지부나 국세청처럼 국민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사실상 ‘보이지 않는 정부의 심장’으로 불립니다. 행정·복지·교육·안전 등 350여 기관이 사용하는 서버와 네트워크를 통합해 24시간 365일 돌려 주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마다 따로 운영하던 시스템을 한곳에 모아 예산을 절감하고, 표준 보안 체계를 적용해 해킹 위험을 낮추는 일을 맡아 왔습니다.

 

정부 전용 클라우드(G-클라우드), 국가정보통신망, 공주 백업센터 역시 이 기관의 손을 거쳐 운영됩니다. 덕분에 국민은 복지 신청에서 전자세금계산서 발행까지 거의 모든 행정 서비스를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화재는 “집중 효율” 뒤에 숨은 “집중 위험”이라는 동전의 양면을 그대로 보여 주었습니다.

화재와 동시에 멈춘 일상

화재 다음 날, 정부24 사이트는 아예 열리지 않았고, 모바일 신분증 앱은 인증 서버에 연결할 수 없다며 오류 메시지만 띄웠습니다. 등기부등본·확정일자·전월세신고를 담당하는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도 멎으면서 부동산 계약이 줄줄이 연기됐습니다. 추석 특수를 노렸던 우체국 쇼핑몰은 결제와 배송 조회가 중단돼 소상공인들의 하루 매출이 30~50% 급감했습니다. 학교 행정 시스템 마비로 생활기록부와 각종 증명서 발급이 불가능해져 취업 서류를 제출해야 했던 졸업 예정자들이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119 문자 신고와 영상 신고도 막혀 전화 통화가 어려운 청각장애인은 긴급 상황에서 더욱 취약해졌습니다.

 

디지털 전환 덕분에 편리해졌던 모든 절차가 한순간에 ‘오프라인 강제 회귀’로 뒤바뀌자, 국민은 비로소 데이터센터 한 곳이 멈출 때 빚어지는 사회적 비용을 체감했습니다.

더딘 복구, 긴 그림자

화재 일주일 뒤 복구율은 17%에 그쳤습니다. 소방수 손길이 닿은 서버는 불길이 꺼진 뒤에도 분진·습기로 오염돼 바로 전원을 켤 수 없었습니다. 1등급 핵심 시스템은 대구센터와 민간 클라우드로 옮겨야 했지만, 장비 조달과 네트워크 재구성이 동시에 필요해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정부는 전문 인력 576명을 투입해 24시간 복구 작업을 이어 가고, 대체 서비스로 가족관계등록부는 대법원 efamily 시스템, 교통민원은 eFINE을 이용하도록 안내했습니다.

 

우체국 쇼핑몰 입점 업체를 위해 33억 원어치 물품을 직접 매입하고 판매 수수료를 한 달간 면제하며 응급 지원에 나섰지만, 온라인 생태계가 이미 입은 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백업센터가 있었음에도 647개가 동시에 멈췄다는 점은 재해복구 체계가 설계 단계부터 허술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합니다.

남은 과제와 교훈

첫째, 물리적·지리적 분산이 시급합니다. 핵심 시스템을 하나의 건물, 하나의 광역시에만 묶어 두면 화재·지진·정전 같은 단일 사고가 전국적 마비로 번질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리튬이온 배터리 같은 고위험 설비를 다룰 때 안전 수칙을 감독할 독립 기구가 필요합니다.

 

셋째, 백업센터의 실효성을 주기적으로 실제 재난을 가정한 ‘가동 전환 훈련’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넷째, 비상 시 국민에게 정보를 전달할 ‘오프라인 포함 다중 채널’ 구축이 요구됩니다. 이번에 정부 포털이 모두 닫히자 네이버 공지·카카오 알림이 임시 창구가 되었지만, 이는 ‘민간 플랫폼 의존’이라는 또 다른 위험을 낳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정부 정책은 편의성과 비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감내해야 할 위험 비용까지 포함한 ‘총비용 모델’로 재설계해야 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