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은 돈을 빌려준 사실과 상환 조건을 문서로 남기는 계약서입니다. 구두 약속만으로도 채권-채무 관계는 성립하지만, 만일의 분쟁에서 법적 효력을 갖추려면 서면 증거가 필수입니다. 특히 친척·지인 사이의 금전 거래는 “가족끼리 무슨 서류냐”는 정서가 남아 있지만, 실제 소송 건수의 절반 이상이 지인 간 차용 분쟁이라는 통계가 경각심을 줍니다. 차용증을 작성하면 돈을 빌려준 사람은 변제 기일과 이자율을 명확히 공지해 두고, 빌린 사람 역시 언제까지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 인식해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필수 기재 항목
차용증 작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네 가지입니다.
첫째, 차용 금액은 숫자와 한글 금액을 병기해 오기 위험을 없애야 합니다. 둘째, 변제 기일은 연·월·일을 정확히 표기하고 ‘불이행 시 지연이자율’까지 명시함으로써 상환 책임을 분명히 합니다. 셋째, 이자율은 연 이율 기준으로 쓰고, 월복리인지 단리인지 방식을 적어 분쟁의 여지를 없애야 합니다. 넷째, 당사자 정보에는 주민등록번호 뒤 여섯 자리를 생년월일까지만 표기해 개인정보 유출을 최소화하면서도 본인 식별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보증인이 있다면 차용인과 동일한 방식으로 인적사항을 적고 연대 책임 조항을 추가해 놔야 강제 집행 단계에서 효력이 유지됩니다.
인감증명서와 확정일자
사문서는 기본적으로 본인의 서명·날인이 있으면 효력이 발생하지만, 금전 거래처럼 소송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라면 인감증명서를 첨부해 서명과 인감의 동일성을 입증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인감증명서는 차용증 작성일과 3개월 이내 발급분이어야 하며, 본인이 주민센터를 방문해 인감도장과 신분증을 제시해야 받습니다.
또한 차용증 원본을 지참해 동사무소에서 확정일자를 받아 두면, 채무자가 재산을 임의 처분하더라도 채권자가 우선 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임차권에 적용되는 확정일자 제도를 금전 채권에도 활용함으로써 집행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전자 차용증의 등장
2025년부터 정부24와 대법원 전자문서센터가 연동되면서 전자 차용증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양 당사자가 공동인증서로 로그인해 전자문서 형태로 작성·서명하면, 블록체인 해시값이 자동으로 찍혀 위변조가 원천 차단됩니다. 종이 서류를 스캔하거나 우편으로 주고받지 않아도 되고, 분실 위험이 없다는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전자 차용증은 출력해도 원본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받고, 전자파일 그대로 재판부에 제출할 수도 있어 디지털 증거 관리를 혁신적으로 간소화합니다.
분쟁 예방과 대응
차용증은 작성 이후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상환이 시작되면 입금 내역을 계좌이체로 남겨 상환 일시와 금액을 증명해야 합니다. 현금 상환은 가급적 피하고 부득이할 경우 영수증을 작성해 채권자 서명을 받아 두어야 합니다. 연체가 발생하면 먼저 내용증명을 보내 법적 절차 진행 의사를 밝히고, 30일이 지나도 변제가 없으면 지급명령 신청을 통해 간이 소송 절차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채무자의 급여·예금·부동산에 대해 강제 집행이 가능해집니다. 이 모든 과정이 번거로워 보여도, 애초에 구체적인 차용증 한 장만 갖추면 절차가 반으로 줄어듭니다.
차용증은 단순 서류가 아니라,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안전장치입니다. 돈을 빌려주는 일은 인간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말로만 신뢰를 강조하기 쉽지만, 서면으로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오히려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오늘 금전 거래를 계획하고 있다면, 템플릿을 내려받아 네 가지 핵심 항목을 빠짐없이 채워 보십시오. 서류 한 장이 당신의 소중한 돈과 인간관계를 동시에 지켜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