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를 지키며 ‘침묵의 암’이라는 별명처럼 오랫동안 몸속에서 자라다가 뒤늦게 모습을 드러납니다.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폐의 특성 탓에 증상이 뚜렷해질 때는 이미 진행 단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만성 기침·호흡 곤란·가슴 통증 같은 작은 경고를 알아차리고, 병기와 치료 선택지를 정확히 이해하면 예후를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2025년 현재 밝혀진 폐암 초기 증상, TNM 병기 체계, 병기별 생존율, 최신 치료 흐름을 차근히 살펴보겠습니다.
침묵 속에서 자라는 이유
폐는 신경 분포가 적어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습니다. 한쪽 폐에 암이 생겨도 나머지 폐가 호흡을 보완해 주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생기지 않아 발견이 늦어집니다. 더구나 기침·가래·미열처럼 흔한 호흡기 증상은 감기나 기관지염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기적인 흉부 X-선과 저선량 CT 검진이 강조되며, 특히 55세 이상 흡연자는 국가 폐암 검진 프로그램 참여가 권고됩니다.
작지만 분명한 초기 신호
폐암이 몸에 보내는 첫 신호는 만성 기침입니다. 이유 없이 2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거나 기침 소리가 바뀌면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가래의 색이 짙어지고 끈적해지거나, 운동 때만 느끼던 숨 가쁨이 휴식 시에도 나타난다면 기도가 부분적으로 막혔음을 시사합니다. 기침할 때 묻어나오는 선홍색 혈담은 폐 질환이 보내는 강력한 경고로, 즉시 정밀 검사가 필요합니다. 목소리가 쉬는 현상이나 설명되지 않는 체중 감소, 극심한 피로 역시 암 진행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흡연력이나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은 비특이적 증상이라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폐암 병기
폐암이 확인되면 의료진은 종양(T), 림프절(N), 원격 전이(M)를 조합한 TNM 체계로 1기부터 4기까지 병기를 결정합니다. 1기는 암이 폐 안에만 머물러 수술로 완치 가능성이 높습니다. 2기는 종양이 커지거나 가까운 림프절을 침범한 단계이며, 수술 후 보조 항암 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3기는 주요 혈관·기관을 침범하거나 광범위한 림프절 전이가 있는 상태로, 방사선과 항암 치료를 먼저 시행한 뒤 수술을 고려합니다. 4기는 뇌·뼈·간 등 다른 장기로 퍼진 단계로, 표적치료제·면역항암제 같은 전신 치료가 중심이 됩니다. 병기는 치료 결정뿐 아니라 예후 예측에도 절대적 지표가 되므로 정확한 영상 검사와 조직 검사가 필수입니다.
폐암 생존율
비소세포폐암 기준 5년 상대 생존율은 1기에서 60 % 이상으로 보고되지만, 4기에 이르면 5–10 %로 떨어집니다. 소세포폐암은 발견 당시부터 전이가 흔해 예후가 더 불량합니다. 다만 최신 통계는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EGFR·ALK·ROS1 같은 유전자 변이를 겨냥한 표적치료제와 PD-1·PD-L1 면역항암제가 등장해 4기 환자 일부에서도 장기 생존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치료 성적이 향상되었어도 병기를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조기 발견이므로, 고위험군에게 정기 CT 검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치료와 새로운 희망
치료는 수술·항암화학요법·방사선·표적·면역 치료를 조합하는 다학제 전략으로 진행됩니다. 1·2기는 수술이 기본이며, 최소 침습 흉강경 수술이 회복 기간을 단축합니다. 3기는 동시 항암·방사선 치료로 종양을 줄여 수술 가능성을 높이거나, 면역 치료를 추가해 재발 위험을 낮춥니다. 4기는 변이 유무에 따라 표적치료제 또는 면역항암제를 1차로 사용하며, 뇌나 뼈 전이에 대한 국소 방사선 치료로 증상 조절과 생존 연장을 도모합니다. 치료법이 다양해진 만큼 개인별 유전체 검사와 전신 상태 평가가 치료 성패를 좌우합니다.
폐암은 침묵 속에서도 분명한 신호를 보냅니다. 만성 기침이나 숨 가쁨, 이유 없는 체중 감소가 지속되면 주저하지 말고 흉부 CT를 촬영하십시오. 병기가 낮을 때 치료를 시작할수록 완치 가능성과 삶의 질은 눈에 띄게 향상됩니다. 조기 발견, 정확한 병기 설정, 맞춤형 치료가 이어질 때 폐암의 이름은 더 이상 절망적 통계가 아니라 극복 가능한 도전 과제가 될 것입니다.
